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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mmer Blue

전 원 길

Jeon, Wongil Solo Exhibition

2012.12.9-12.15

한전아트센터갤러리

 

 

감 각 의 유 희

윤 진 섭 | 미술평론가

   

전원길의 예술관은 서구 모더니즘의 핵심인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른바 시간의 선형적 흐름에 따른 진보(progress)에 대한 질문, 자연의 도구화, 기술문명의 폐해에 대한 고발 등이 자연에 대한 생태적 접근을 통해 매우 완곡하면서도 은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전체적인 작업의 특징은 서구 근대성의 핵심으로 치부돼 온 시각 중심적인 것에 있지 않고 촉각 중심적인 데 있다.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회화와 입체, 설치작업에서 전원길은 손을 비롯한 신체를 자연에 의탁하는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다. , 회화에서는 두꺼운 물감의 질감을 통해, 자연을 캔버스로 한 입체와 설치, 퍼포먼스에서는 몸의 뛰어듦(企投)’를 통해 자신의 예술관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전원길의 입장이 시각중심적인 서구의 근대성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자연의 장악이 아니라, 자연에의 동화, 즉 자연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태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전원길이 자연을 관찰하면서 얻은 통찰과 그 성과는 길이가 무려 7m에 달하는 대작 <나뭇잎>(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 칼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로 30cm 세로 30cm의 정방형 패널 168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전체가 녹색조로 이루어져 있다. 패널의 바탕색은 각기 서로 다른 색의 기미를 띠고 있는데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것들은 자연의 색이다. 그는 그렇게 조성된 바탕색 위에 실제의 나뭇잎을 전사하거나 오브제로 붙인 나뭇잎에 채색을 가해 화면위에 고착시킨다. 이 작업에서 질감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며 그것은 그대로 자연의 모습을 닮고 있다. , 자연에 조작을 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전원길의 작품에서 그 다음에 주목되는 것은 장소성이다. 여기에 이르면 인위성에 대한 배제는 극심해진다. 특정한 장소에서 받게 되는 각별한 느낌, 거기에 어떤 나무들, 혹은 숲이 있고 땅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있다. 그는 그러한 분위기에 주목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빛과 자연속의 물체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의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주변에서 발견한 자연물을 통해 작업을 하는 것이다. 사진으로 찍은 나뭇잎 연작은 이러한 종류의 것이다. 이 사진 속의 사물들은 너무나도 비인위적이어서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장면들이다. “이것들이 과연 작품이 될까?”하는 질문이 떠오르는 사진들, 그러나 그런 사진들이야말로 과거 30여 년간 야투의 회원들이 몰두해 온 예술이 아니던가. 자연에 대한 조작이나 인위성을 거부하는 행위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현대미술의 한 지류를 이루어 온 것이다.

전원길의 <영원한 풍경>을 비롯하여 <하늘나무>, <꽃비>, <> 연작은 연한 파스텔 톤의 바탕에 가는 선을 사용한 드로잉이 중심이 돼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원한 풍경> 연작은 상상 속의 천상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푸른 색 바탕에 구름을 연상시키는 희뿌연 물체와 그 주변에 늘어져 있는 흰 실선들, 그것들은 허공을 소요하는 신선 같기도 하고 밀림에 늘어선 나무줄기나 식물의 덩굴 같기도 하다. 그 장면은 마치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나무처럼 리좀적 구조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섬세한 선으로 드로잉을 하는 전원길의 예민한 감성은 아마도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의 사물들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 같다. 거기에는 길이 있고 그 길은 감각적인 붓질로 이루어진 색의 계조(gradation)로 이루어져 있다. 전원길이 그려내는 이 환상적인 풍경은 현실의 자연을 떠나 이상향의 세계를 그리는 작가의 내면적 풍경이리라. 실로 감각의 유희라고 부를 수 있는 전원길의 회화는 마치 자수를 연상시키는 도드라진 물감의 흔적처럼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 행위의 자취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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